[ABCD]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vol.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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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후추
#프론트엔드엔지니어 #디자이너에서개발자로 #프리다이빙 #저속노화 #안티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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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에서 안정과 편안함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낯선 길에서 설렘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만날 디앤디언은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디디며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항해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전직해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고, 저속 노화를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더 건강하게 헤엄쳐 나갑니다. 자동화된 선택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의 물살을 거슬러, 의식적으로 다른 방향을 탐험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죠.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발 가는 대로 가지 않는 것. 중력과 관성에 저항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아요.
에피소드사업 Part의 페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기만의 리듬으로 유영하는 삶에 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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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박민지)
성장전략본부 Meta-Space실 에피소드사업 P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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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페퍼! 애런의 지목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데릭 이모티콘을 만든 디앤디언이 어떤 분일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 뵙네요!
반갑습니다. 사실 이런 큰 반향이 있을 줄 몰랐어요. (웃음) 이전 회사에서 사내 메신저로 슬랙을 썼는데, 다른 구성원이 올린 내용을 확인하면 이모티콘을 표시해서 알리는 문화가 있었어요. 그만큼 이모티콘 사용이 익숙한 터라, 데릭 이모티콘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어 봤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애용해 주시더라고요. 다른 구성원들도 직접 다양한 이모티콘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소소하게나마 디앤디의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먼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에피소드사업 Part에서 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에피소드를 비롯한 디앤디 주거 비즈니스의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웹과 모바일 화면을 만들고 개선하는 일이에요. 저는 주로 어드민(관리자) 계정 운영자를 위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최근에는 월간 계약자와 퇴거자 현황 등 계약 관련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자가 실시간으로 문의에 응대할 수 있도록 돕는 렌트롤 기능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선 인터뷰에서 같은 파트의 백엔드Back-end 개발자인 그리핀이 팀의 업무에 대해 말씀을 잘 해주셨더라고요. 그리핀이 백엔드 개발자로서 데이터 단을 다루는 일을 한다면, 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그 데이터를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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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개발자로 전직했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큰 틀에서 보면 디자인과 개발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의 차이일 뿐,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같으니까요. 이를테면 의자를 만들 때, 고려할 점이 뭐가 있을까요? 먼저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겠죠. 가능한 유려하고 아름다운 형태이면서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모습이면 좋을 테고요. 또 다른 관점에선 의자에 앉을 사람의 키나 연령대, 신체적 특성도 고려해야 해요. 그렇게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면, 저는 후자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사람이더라고요. '스며드는 UX’랄까. 성향상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보다는 코딩을 통해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걸 스스로 더 재미있어 한다는 걸 깨닫게 됐죠.
가구나 전자 제품의 경우, 디자인을 하고 난 후에 프로덕트가 실제 시장에 나오고 피드백을 받기까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거든요. 반면 개발은 프로덕트가 일단 나오기만 하면, 이후 피드백 과정이 아주 빠른 편이에요. 피드백에 맞춰 수정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여러 면에서 디자이너보다 개발자가 제게 좀 더 잘 맞는 일이라고 느꼈어요.
그럼에도 전직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개발 직무를 하려면 필요한 스킬도 있었을 텐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물론 코딩 등 핵심 기술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어요. 다만 계속 접해왔던 터라 조금은 수월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가 한창 유행해서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죠. 제 첫 회사는 에이전시였는데, 늘 촉박한 일정 속에서 일을 빨리 쳐내야 하는 환경이라 업무 강도가 꽤 높았어요. 그래서 사회생활 초반부터 일을 빨리 배우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제품 디자인을 할 때 쓰는 여러 프로그램 역시 코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주위의 개발자들만 봐도, 이젠 꼭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다양한 분야에서 오는 분들이 많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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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디앤디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직전에 다닌 회사는 패션 커머스였어요. 식품 계열 회사에 재직한 적도 있었고요. ‘의식주’가 인간의 기본 요건이잖아요. ‘의’와 ‘식’을 경험해 봤으니, 다음으로는 ‘주’라는 생각이 들었죠. (웃음) 주거 사업 도메인을 통해서 제 일로 사람들에게 주거에 관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의식주를 모두 섭렵했는데, 경험해 보니 어떤가요?
우선 사용하는 용어가 많이 달라요.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다른데, 이들이 원하는 정보와 경험에서 많은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개발의 콘셉트도 달라지더군요. 큰 틀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내용이 많아서 새롭게 배우는 재미를 느끼며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디앤디에서 일한 지 막 1년이 넘었죠. 그동안 디앤디에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에피소리> 처음 시작할 때 어드민 코드를 열어보고 충격이 컸어요. (웃음) 이전에 외주 업체에서 진행한 일인데, 초기에 에피소드 사이트가 별로 없어서인지 확장성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코드로 개발했더라고요.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려고 하니 숨어 있는 함정과 예상치 못한 버그가 마구 튀어나왔죠.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고, 현장에 필요한 기능을 개발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워서 이걸 추측하기 보다는 실제 인터뷰를 통해 판단하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사이트의 커뮤니티 매니저들과 인터뷰를 하게 됐고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신촌과 용산 현장을 맡았는데,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니 뭘 해야 할지가 확 와닿더라고요. 그때 나눈 이야기들이 어드민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성취감을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내가 어제보다 더 나은 코드를 썼는지, 조금이나마 기능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그런 매일의 작은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우리 디스커버리 그룹 기업문화 캠페인도 ‘날마다 좋아지는 우리’잖아요. (웃음)
최근에는 같은 팀 구성원들과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책을 한 권 선정해서 일주일에 한 번 챕터를 하나씩 읽고 모여서 5~10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느낀 점을 공유하는 시간이에요. 이제 막 시작한 터라 지금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끼리만 소소하게 하고 있고 첫 책으로 개발 관련 도서를 읽고 있는데, 앞으로 다른 분야의 책으로도 확장해 보려고요. 다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열려 있고 관심도 많아 모임을 지속하면서 작은 성취를 공유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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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페퍼만의 습관이나 도구가 있나요? 왠지 컴퓨터랑 친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컴맹에 가까워요. (웃음) 개발자라면 으레 컴퓨터 조립도 척척하고 박학다식할 거로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개발 언어와 툴 역시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찾아보고 습득해야 할 내용들이 많죠. 그러다 보니 컴퓨터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이 세계에만 갇히지 않으려고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집에서는 컴퓨터를 멀리하고 의식적으로 다른 활동을 많이 해요.
일할 때 제 나름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다면 계단 오르기예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오후 3시쯤 막 졸리고 찌뿌둥하잖아요. 몸을 움직이면서 환기하는 차원에서 회사 건물 꼭대기 층까지 계단으로 한 번에 올라갔다 와요. 처음에는 좀 오래 걸렸는데 습관처럼 하다 보니 이젠 시간이 많이 단축됐어요.
계단 오르기, 뜻밖의 답변이네요. (웃음) 평소에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어요?
프리다이빙이요! 프리다이빙 동호회 <어푸어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프리다이빙이 뭔지도 모르고 ‘해녀처럼 성게나 따 볼까?’ 하는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푹 빠져 있죠. 하다 보니까 이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멘탈 관리에 최적화된 종목이더라고요. (웃음)
왜요? 특별한 효능을 느꼈어요?
물 안에 들어가면 마치 <아바타>처럼 ‘물이 나고 내가 물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물과 나밖에 없는 그 고요한 시간이 참 좋아요. 그런데 물속에서 잠깐이라도 집중이 흔들리면 호흡을 못 참는 상황이 와요. 또 내 몸의 압력과 수압을 서로 맞추는 이퀄라이징equalizing 작업이 필요한데 정신을 잘 차리고 있지 않으면 그게 갑자기 확 안될 때도 있어요. 물론 그런 상황이 와도 버디로 다니기 때문에 대체로는 안전하지만요. 마치 물속에서 명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저절로 멘탈이 훈련되는 운동이죠.
원래 물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수영을 취미로 했었어요. 수영은 제가 천천히 하려고 해도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니까 항상 쫓기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프리다이빙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물과 나, 이렇게 둘만 있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수영과는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어푸어푸>에서 곧 프리다이빙 말고도 서핑, 낚시, 바닷가 플로깅 등 물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더 많은 활동을 할 예정이에요. 그러니 혹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구성원이 계신다면 주저 말고 연락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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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는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ABCD(A Better Company, D&D) 활동의 일환이에요. 페퍼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모습이에요?
그동안 전직과 이직으로 크고 작은 여러 회사를 경험했어요. 디앤디가 제 일곱 번째 직장이니까 비교군이 아주 많죠. (웃음)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경험해 보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좋은 회사는 ‘소통이 잘 되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소통은 상호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고, 쌍방향으로 막힘 없이 흐르는 것이라야 하죠. 또 소통이 단순한 대화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는 어때요? (웃음)
아직 1년밖에 안됐지만, 제가 느끼기에 우리 회사는 소통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회사 같아요. 여러 가지 ABCD 프로그램이나 본부의 타운홀 미팅을 통해 계속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요. 또 구성원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회사라고 느껴요. 시차 출퇴근 시간 제도가 있다는 것도 좋고, 가끔 이렇게 삼성동을 벗어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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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에요. 일에서든, 삶에서든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어느 시점부터인가 제 나이가 몇 살인지를 잘 새지 않고 살았거든요. (웃음) 그런데 올해 동생이 결혼하면서 제 나이가 확 실감이 나더라고요. 이제 곧 불혹이 다가온다는 걸 알아서인지, 저속 노화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느리게 잘 늙기 위해서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알려고 노력하죠. 어린 친구들이 보는 콘텐츠나 유행하는 아이템을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고요. 요즘 알고리즘이 화두잖아요. 알고리즘 때문에 계속 보던 것만 보게 되고, 알고 싶은 것만 알게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전혀 저와 상관없는 콘텐츠를 보기도 하고,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해 보는 편이에요.
프리다이빙도 그 시도 중 하나군요. 맞아요. 가볍게 시작해 지금은 이렇게 자격증까지 따게 됐잖아요. 게다가 자신감도 붙고 멘탈도 강해졌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싶어요. 안 먹어본 음식을 먹고, 안 가본 길을 산책해 보는 것. 혹시 모르잖아요. 인생 맛집을 찾게 될지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게 될지도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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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어떠셨나요?
좋았던 부분,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을 알려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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