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vol.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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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의 기술
#서비스기획 #기획자의일 #버티는마음 #캠핑러버 #밀리의서재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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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은 대체로 쉽지 않습니다. 연차가 적든, 연차가 많든, 월급이 적든, 월급이 많든, 일이 적든, 일이 많든지 간에, 누구나 자기만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밥벌이의 신성함 앞에 어려움은 대체로 고개를 숙인 채, 오늘도 우리를 일터로 인도하곤 합니다.
오늘 만날 디앤디언은 올해 ‘불혹’을 맞았어요.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흔히 나이 마흔을 일컫는 단어인데요. 그는 불혹을 맞아, 일의 어려움을 ‘버티기’로 극복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입니다.
그가 말하는 버티기란, 불혹의 의미처럼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서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알고 묵묵히 해 나가는 것. 훌륭하든 훌륭하지 않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나름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 하루를 건강하게 살아내는 것이죠. 그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버티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겐 어떤 버티기의 기술이 있나요?
이번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밀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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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송진선)
성장전략본부 Meta-Space실 솔루션기획 P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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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반가워요! 루시아의 지목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평소에 인터뷰가 발행되면 거의 바로 읽을 정도로 즐겨봤거든요. 그런데 한 번도 제가 인터뷰이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웃음) 루시아와는 작년에 인사이터 트립을 갔을 때 처음 알게 되었고, 에피소드 용산 프로젝트를 통해 몇 번 미팅으로 뵌 적이 있었죠. 인터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저를 떠올려주셨다는 게 감사해서 이렇게 응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맡고 있는 업무에 관해 소개해 주세요.
솔루션기획 Part에서 서비스 기획과 PM 업무를 하고 있어요. 2022년 3월에 입사해 초기에는 에피소드 앱 서비스 운영 PM 업무를 하면서 UI/UX(User Interface/User Experience) 개선 기획 업무를 했었고요. 올해부터는 개인 임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개인 임대 관리 솔루션 프로젝트의 총괄 PM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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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임대 관리 솔루션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개인 임대인들이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과정을 필요로 해요. 임차인 모집, 계약 관리, 관리비와 임대료 청구, 하자 보수, VOC(Voice of Customer) 등이죠.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예요. 여기에 임대인의 자산 가치나 투자에 관한 부분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가이드하는 기능도 더했고요. 올해 처음 시작해 현재 서비스 기획 단계에 있는데, 하반기까지 회원을 모집한 다음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스타트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다른 목표로는 이걸 통해 에피소드 앱을 에피네이션으로 확장해 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결국 개인 임대인이 저희 서비스에 들어오면 임차인들까지 물려 있는 연결성이 있기 때문에 추후 에피네이션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에피네이션은 어떤 개념인가요?
저희가 지금 에피소드에 사는 입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에피네이션은 에피소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에피소드 입주민이 아니어도 에피소드 회원이 되어 에피소드의 가치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에요. 더 많은 도시인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더 나은 도시 생활을 만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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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에 입사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2007년에 웹 에이전시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선 모바일로 인터넷을 한다는 게 낯선 시절이었고, 주로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만들어주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서비스 기획 외에도 사업과 관련된 부분들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 플랫폼 회사에 입사했고, 항공과 호텔 예약 서비스 만드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어요. 그 일을 하면서 모바일 앱 서비스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고요. 이후에는 교육 분야로 이직해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용 태블릿 서비스도 만들었습니다. 도메인domain만 바뀌었을 뿐, 서비스 기획자로서 서비스 만드는 일을 계속해 왔다고 보시면 돼요.
개발자는 익숙하지만, 기획자는 좀 생소해요. 두 직무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많은 구성원이 생소하게 여기는 영역일 거예요. 제가 처음 입사할 때도 디앤디에 이 직무가 없었으니까요. 이제 막 IT 조직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 가는 중인 것 같아요.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가 어떤 집을 지을 때 설계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 있고, 그 주변에 조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실제로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서비스 기획과 개발도 온라인 세상 안에 집을 짓는 일과 같아요. 기획자들이 집을 어떤 콘셉트로 지을지 설계를 하면 개발자들이 실제로 집을 짓는 것이죠. 집을 짓듯 하나의 서비스에 대해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서비스의 목적은 무엇인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서비스의 모양은 어떤지, 화면은 어떻게 구성할지 전반적인 것을 고민하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에요.
기획 단과 개발 단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겠어요.
맞아요. 많은 협업이 필요하고 협업할수록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기획자가 기획한 것을 개발자가 잘 개발해야 완성이 되니까 긴밀하게 논의하면서 생각을 맞춰가는 일이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파트는 달라도 거의 한 팀처럼 일을 하게 돼요.
서로 갈등은 없나요? (웃음)
어떤 IT 회사든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엔 언제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에요. (웃음) 기획자, 개발자뿐 아니라 디자이너까지요. 한정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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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자로서 꽤 오랫동안 일을 해 오셨는데, 일을 하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기획할 때 항상 가설을 세워요. '고객이 이렇게 썼으면 좋겠다’ 혹은 ‘이렇게 쓰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죠.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결국 지표로 나타나는데, 사실 많은 고객이 앱 서비스에 들어와서 원하는 정보만 취득하고 빠르게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어떤 고객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액션을 일으켜줄 때, 이를테면 어떤 화면에 체류하다가 또 다른 버튼을 눌러 다른 화면에서 체류한다든지 하는. 우리가 설계하고 예측한 가설과 같이 움직여주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끼죠. 앱 서비스는 다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거든요. 만들고 나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세상에 내보내서 잘 돼야 의미를 가지는 거니까 고객들이 좋아해 주고 잘 써주면 그것만큼 성취감을 느낄 때가 없는 것 같아요.
‘이거 기획 진짜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꼽는다면요?
어렵네요. 못 만든 사례를 꼽으라면 많은데… 농담이고요. (웃음) 하나만 고르자면 ‘당근’이요. 사실 중고 거래 시장은 이미 활성화되어 있었잖아요. 다만 중고 거래할 때, 아무리 좋은 매물이 있어도 거리가 멀면 직거래에 부담을 느끼는 페인 포인트pain piont가 있었는데, 그걸 잘 짚어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성공시킨 사례가 아닌가 싶어요. UI/UX 측면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서비스 자체가 가지는 본질이 고객의 필요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잘 만든 서비스라고 봐요.
이름도 인상적이죠. 당신 근처의 ‘당근’. 이런 것도 밀리의 업무 범위예요?
아니요. 이름을 짓는 건 주로 브랜딩 담당자들의 몫이에요. 그런데 만약 회사에 브랜딩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기획자의 일이 되곤 하죠. (웃음)
‘없으면 내 일이다.’ (웃음)
사실 특정한 누군가의 일이라기보다는 그 서비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같이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가 다 녹아들어 있기 마련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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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바꿔볼게요. 일을 할 때 밀리만의 도구나 루틴이 있나요?
사람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람 심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물론 전문가적인 접근은 아니지만요.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할까?’ 그런 걸 파악해 보는 걸 좋아해요. 사람이 말을 하면 그 안에 의미나 의도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를 보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습관적으로 관찰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죠.
평소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다면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는 건 여행이에요. 제가 MBTI는 외향형인데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웃음)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 있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혼자 혹은 소수와 함께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짬짬이 해외여행을 가고, 요즘은 거의 주말마다 캠핑을 떠나요. 가까운 경기도 가평이나 양평 쪽의 한적한 캠핑지를 선호해요. 텐트 치고 장비들을 세팅해 놓으면 작은 공간이지만 내 집 같기도 하고 묘한 뿌듯함이 느껴지거든요. 캠핑을 해본 분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겨울철에 자려고 누웠을 때 몸은 따뜻한데 코끝은 약간 시린, 그런 기분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죠. 집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음식도 해 먹고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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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는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ABCD(A Better Company D&D) 활동의 일환이에요. 밀리가 생각하는 ‘더 나은 회사’, ‘좋은 회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떤가요?
요새 많이 느끼는 게 ‘동기부여’에 대한 부분이에요. 구성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일을 할 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자기가 알아서 동기 부여할 때 원래 50을 할 수 있는 일도 100을 해내는 증폭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또 구성원이 뭔가를 이루어냈을 때 인정해 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 으쌰으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데, ABCD도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봐요. 이 인터뷰 역시 구성원 한명 한명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자,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거니까요.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주고 구성원들을 챙기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면에서 최근에 회사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일에서든 삶에서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먼저 서비스 기획자로서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좋아해 주는 서비스,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엄청나게 유명해지거나 대박이 나지는 않더라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기획자로서 가지는 목표예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올해 만으로도 마흔이 됐어요. 사실 마흔이 되기 싫어서 만 서른여덟이다, 서른아홉이다 발악하고 있었는데 이젠 생일이 지나고 나면 만으로도 꽉 찬 마흔이라… (웃음)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젊은 시절이 지나고 중년의 길로 들어서는 거잖아요. 전과 달리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져서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회사 생활이란 영원한 게 아니니까 ‘제2의 인생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그런 것들을 다지는 게 40대라는 생각이 들어서, 건강하게 이 시기를 보내고 싶어요.
만 40세를 생애 전환기라고도 하잖아요. 생애 전환기를 맞아서 다른 삶을 탐색해 볼 법도 하죠.
30대 때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IT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이다 보니 젊은이들의 영역이거든요. 어르신들이 금방 못 따라오시기도 하고요. 아직은 괜찮지만, 저도 점점 그런 나이로 가게 될 텐데, 그렇다면 이 일을 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들더군요. 젊고 반짝반짝할 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막연하게 마흔이 되면 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으니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죠.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하면서 이민 박람회에 가본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나 자신을 들여다보니 그렇게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온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다, 나를 먹여 살릴 것도 이것뿐이다, 그러니 이걸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가야 한다,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요. (웃음)
버티는 마음, 저도 함께 버티면서 응원하겠습니다.
사실 일로는 한 번도 기획자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버틴다는 마음으로 내공을 쌓다 보면 다가오는 삶도 더 탄탄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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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어떠셨나요?
좋았던 부분,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을 알려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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