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vol.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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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무도, 김도희
#협상과설득 #디벨로퍼 #수주스토리 #5년차성장기 #디앤디공식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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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무도한 김도희.’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오늘 만날 디앤디언 역시 황당한 오해와 함께 일찍이 사회생활의 쓴맛을 경험했어요. ‘극악무도’라는 낯설고 버거운 단어가, 돌이켜보면 지금의 그를 ‘그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성장시킨 계기였는지도 모릅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죠.
그는 말합니다. 일의 본질은 결국 협상과 설득이라고요. 시비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조율하고, 변수에 휩쓸리기보다는 중심을 잡는 것. 안 될 것 같을 때 한 번 더 밀어붙이는 뱃심과, 막다른 길에서는 잠시 멈춰 바람을 맞는 여유. 그것이 그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프런티어본부의 도미닉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아무도, 그 누구도 아닌 김도희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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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도미닉! 하니의 지목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절해도 되나?’ 고민했습니다. 언젠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벌써 그 타이밍이 왔나 싶었죠. 어차피 하게 될 거라면 그냥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아까 테스트 사진 찍을 때도, 너무 어색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웃음)
20주년 기념 영상 인터뷰에도 출연한 나름 경력직(?)이잖아요. (웃음) 영상은 한번 시작하면 연속해서 찍으니까 찍고 있다는 느낌이 적어서 부담이 덜했는데, 사진은 그와 달리 부담이 확 왔어요.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도미닉이 담당했던 서초L 오피스 개발 사업의 토지 수주가 얼마 전에 마무리됐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서울에 유휴지가 더러 있는데 규모가 크다 보니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 민간에서 먼저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원래 2개 층만 지을 수 있는 땅을 4~5개 층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종상향하는 식이죠. 서초L 오피스 개발 사업이 바로 그런 사례예요. 대지가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있는데, 그 구간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대지 앞이 공원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고, 그 말인즉슨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의미예요. 그런 청사진을 그리며 땅을 샀고, 이제 인허가 단계에 돌입했어요. 작년 이맘때부터 한 1년 넘게 고생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잘 맞았죠. 그룹사 사옥을 넣으려고 반년 넘게 준비하다가 불발되기도 했고요.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았고, 지주도 여러 명이라 난도가 높은 사업이었어요.
이제 땅 샀으니 건물 올리고 엑시트할 때까지 도미닉이 쭉 지켜볼 수 있는 거예요?
사실 그게 모든 디벨로퍼들의 꿈이죠.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라요. 처음에 시작했다고 해서 끝까지 맡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그만큼 이번 기회가 소중해요. ‘계속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정도는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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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L 오피스 개발 사업 외에도 서울역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겠어요? 프런티어본부 대부분의 구성원은 각자 진행 중인 사업이 있고 그와 별개로 신규 수주를 위한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아요. 제 경우, 신규가 서초L 오피스 개발 사업이고, 진행 사업이 서울역 정비사업이에요. 서울역 건너편, 숭례문 진입로 근방에 있는 아주 좋은 땅에 오피스를 짓는 프로젝트인데, 서초L 오피스 개발 사업 못지 않게 까다로운 땅이에요. 아직 땅을 다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설계를 마쳤고 이제 착공 준비 중입니다.
땅을 전부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와 착공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다 땅을 다 못 사면요? ‘정비사업’이라 가능한 일이에요. 땅을 다 사지 않아도 나라에서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거든요. 일부를 사 놓으면 나머지 마이너한 지분은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죠. 수용할지, 협의해서 살지를 계획할 수 있고요. 사업 시행자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 그렇기에 땅을 못 사는 일은 없지만 협상이 남아 있어요. 지주들은 등가 교환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분양을 받을 수도 있죠. 다양한 방식으로 열려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같이 사업하는 거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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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수주할 때 디벨로퍼는 주로 어떤 일을 해요? 크게 보면 세 가지예요. 첫째로는 밸류에이션. 땅에 뭘 올릴지, 가치 평가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상업지라면 호텔, 오피스, 상가 등이 후보가 될 수 있어요. 인근 임대료나 거래 사례를 보고, 우리가 건물을 올렸을 때 얼마에 팔 수 있을지를 판단합니다. 둘째로는 금융 조달. 적기에 자금을 모으는 일이죠. 셋째는 앞 단의 밸류에이션과 자금 모집을 기반으로 한 토지 확보예요. 물론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상품 특화나 금융 기반의 사업 구조 확립은 멋진 일이기도 하고, 담당자들이 잘하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들이는데요. 토지를 확보하는 일이 개발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허들이자 방점이 사람 혹은 법인과의 협상이고요.
협상력이 핵심이겠군요. 맞습니다. ‘뱃심’이랄까. 요즘 맥스께 제일 많이 들은 단어인데, 사전적 의미로는 ‘염치나 두려움이 없이 제 고집대로 버티는 힘’이에요. 안 될 것 같을 때 한 번 더 밀어붙이는 것. 그게 협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정에 호소할 때도 있죠. 어떻게 보면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써니도 비슷하지 않나요? 인터뷰든 오픈톡이든 다 구성원들과의 협의로 이루어지는 일들이잖아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결국 협상과 설득이 있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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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가 첫 회사라고 들었어요. 건축공학을 전공했는데,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었나요? 학교 선배 추천으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 첫 지원에서 합격했고 졸업 전에 취업계를 내고 바로 출근했어요. 건축공학을 전공하면 보통 시공사로 많이들 가요. 저도 인턴으로 현장 경험을 해봤는데 잘 맞지 않더라고요.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괜찮았는데, 문제는 위험성이었어요. 아파트 현장에서 외벽을 올릴 때 거푸집 바깥면, 그러니까 허공에서 난간에만 의지해서 세대 사이를 이동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문득 이러다 언제 한 번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일이야 돈 받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러모로 지금 하는 일이 저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어요? 진척이 계속 있다는 점이요. 인허가, 공사, 땅 매입 등 단계가 이어지니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요. 안 되면 바로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질질 끌지 않아요. 매번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점도 좋고요.
올해로 5년 차죠. 그때가 이직의 고비라고도 하지만, 한편으론 뭘 좀 알게 되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입사 동기인 닉, 앨리스, 버나드와 함께 9월 14일부로 딱 5년을 맞았어요. 사실 저는 매일이 고비라서 연차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아직은 뭔가를 ‘잘 한다’기보다는 ‘잘 막는다’라는 느낌이에요. ‘잘 쳐낸다’라고 해야 하나. 경험이 없으면 능동적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해봤던 걸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매번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요. 5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그래요. 물론 우리 회사가 좀 특이한 점도 있어요. 연차에 상관없이 일을 맡기는 편이라, 입사하자마자 꽤 무거운 일을 맡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2~3년 차에는 지원 업무가 많았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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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입사 후에 한동안 물류센터 사업을 많이 했는데, 민원이 진짜 많았어요. 갑자기 내가 사는 동네에 물류 창고가 들어온다고 하면 싫을 수 있잖아요. 응당 있을 법한 민원이 대부분이기도 했고, 덕분에 민원 응대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졌죠. 그런데 이후에 영등포에서 오피스 사업을 하면서 강렬한 경험을 했어요. 그 동네가 좀 험했거든요. 타임스퀘어 뒤쪽인데, 교회가 노숙인 쉼터로 활용되고 있는 동네였죠. 그분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제가 협의를 맡아서 몇 번 진행했는데, 어느 날 내용증명을 받았어요. 거기에 제 이름이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극악무도한 김도희.’
‘극악무도한 김도희'요? 저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였는데, 놀랍게도 한 페이지를 꽉 채워서 서명이 되어 있었어요. 당시 담당자가 저 혼자였거든요.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요. 물론 땅을 산 것도 충분히 기쁘고 기억에 남는 일이지만, 이런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해결했어요? 그때 제가 제일 많이 한 말이 뭔지 아세요? ‘저는 회사원이고, 협의 안 해주시면 잘린다. 저 좀 살려달라’는 거였어요. (웃음) 정에 호소하게 되더라고요. 민원 처리비 명목으로 지출 품의를 쓰고 사람들을 만나 금액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협상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죠.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한 장면이 떠올라요. 금융관리공사 직원인 주인공이 건물주를 찾아가 건물을 팔라고 설득하는데 문전박대당하거든요. (웃음) 그래도 해결하고 나서 성취감이 컸을 것 같아요. 네. 그 일을 제가 했던 거예요. 물론 이렇게 직접 협의할 때도 있고, 중개해 주는 에이전트를 끼는 경우도 있어요. 앞서 이 일은 매일이 다르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다 보면 모르는 걸 하나씩 해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느는 것 같아요. 뭐 한가지 했다고 한 번에 확 늘진 않아요. 대신 성공 경험이 하나둘 쌓일 때마다 성취감과 자신감이 같이 쌓이죠. 어제 땅을 샀으니까, 오늘은 뭔가를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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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도미닉만의 습관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어요? 일이 안되면 일단 쉬어요. 보통 회사 밖을 한 바퀴 돌고 오는데, 일명 ‘풍욕’ 한다고 해요. 바람으로 목욕한다는 의미죠. 버나드와 산책하면서 풍욕을 자주 해요. 판교 사옥에서는 1층 창가의 오픈된 회의실 자리를 제일 좋아해요. 요즘은 잘 못하지만, 오전에 또래 구성원끼리 모여 커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그러면 하루를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답니다.
회사 밖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내년 봄에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공개할 수 있나요? 그럼요. 내년에 결혼합니다! 회사 근처에 예식장을 계약했어요. 회사와도 가깝고, 친구들도 대부분 근처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결정했죠. 사실 5월에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4월로 앞당겼어요. 이미 작년 말에 집 사느라 큰돈을 썼거든요. (웃음)
축하해요! 준비는 잘 되어가요?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고요. 그냥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 같은데, 사실 남자가 고를 수 있는 건 거의 없어요. 웨딩 촬영할 때 스튜디오로 할 것이냐, 스냅으로 할 것이냐 정도? (웃음) 모르는 걸 크게 고민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여자 친구는 지금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고 연말에 들어와요.
장거리 연애가 힘들지는 않았어요? 거의 2년 가까이 장거리 연애 중인데, 5년 정도 만나던 시점에 취직하면서 해외로 간 거라 괜찮았어요. 여자 친구가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는데, 외항사는 거주지를 해당 지역으로 옮겨야 하더라고요. 그래도 한 달에 두세 번은 만났어요. 생각보다는 자주 봐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저도 제 생활이 이전보다 많이 생겨서 주말마다 이것저것 취미를 즐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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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연스럽게 취미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요즘 즐기는 활동이나 관심사가 있어요? 깊게는 아니고 맛만 봤는데, 클라이밍, 자전거, 러닝을 했어요. 러닝은 꽤 했는데 사실 잘 못 뛰어요. 웬만한 여자분들도 저보다 잘 뛰시더라고요. <런닝구> 동호회에도 가입하고 싶었는데,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못 갔어요. (웃음)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인테리어예요. 신혼집 인테리어를 시작했거든요. 유튜브 <자취남> 채널 애독자라, 최근에 저희 집 평형과 비슷한 영상은 다 찾아본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콘셉트가 뭐예요? 평범해요. 남들 다 하는 거. (웃음) 다만 제가 꼭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바로 화장실 샤워 공간을 조적벽으로 구획하는 거예요. 유리 파티션에 물때 끼는 게 싫고 욕조도 원하지 않아서 꼭 벽돌로 하고 싶었거든요. 작은 평형이라 쉽지 않을 줄은 알았는데, 오늘 친구 어머니께서 보시더니 “이거 하면 샤워실 못 쓴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셀프 인테리어를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최대한 예산을 아끼려고 많이 알아봤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했고, 2천만 원 중반 안에서 끝내는 게 목표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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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는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ABCD(A Better Company, D&D) 활동의 일환이에요. 도미닉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모습이에요? 밖에서 봤을 때 ‘가고 싶은 회사’, 그리고 안에서 봤을 때 ‘구성원들이 잘 안 나가는 회사’요. 물론 시장 환경이라는 변수가 있으니, 이직률이 높은 회사가 다 안 좋다는 뜻은 아니고요. (웃음)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좋아야 괜찮은 회사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어렵지만, 일을 하다 보면 유관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사람이 좋은 회사가 진짜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요.
경발협 위원장도 맡고 있어서 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어때요?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5년 전에 함께 입사한 동기들도 전부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고요. 일하면서 사람 때문에 큰 트러블을 겪은 적이 거의 없고, 새로 입사하신 경력직 분들도 우리 회사는 ‘사람들이 참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경발협 위원장은 물려받은 자리인데, 임기가 끝나면 한 번 더 할지, 아니면 다른 분께 넘겨드릴지를 고민 중이에요. 확실히 이 역할을 하면서 여러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회사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일에서든, 삶에서든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하다 보면 급박할 때가 많잖아요. 어떤 사람은 허덕이고 어떤 사람은 자기의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가만 보면 후자가 결과도 더 잘 내는 것 같더라고요. 일에서든, 삶에서든 늘 여유를 잃지 않고, 그 누구도 아닌 저만의 템포로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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