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vol.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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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장수에서 셰어하우스까지,
빌의 유니버스에 어서 오세요.
#창업인재 #과일장수 #수금과결제 #다이버 #모든일은문제로부터
‘90년생이 온다’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 제목이에요.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한 시기, '90년대생'의 특성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 책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죠.
출간 시점인 2018년으로부터 어느덧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곁엔 더 많은 90년생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말을 조금 바꿔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90년생 팀장이 온다’
다양한 커리어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1993년생 팀장.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두 번째 주인공은 Meta-Space 본부, ‘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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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김민수)
Meta-Space 본부 전략솔루션 PJ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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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만나서 반가워요. 무슨 일 하세요?
에피소드 입주자를 위한 여러 가지 앱 솔루션을 개발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에피페이(EP Pay)’라는 페이먼트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고 있어요. 에피페이는 쉽게 말하면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결제 시스템이에요. 월세나 관리비를 낼 때 보통 우편함에서 종이 고지서 받고 계좌로 송금을 하죠. 이게 아주 번거로운 일이잖아요. 실수로 다른 계좌에 돈을 보내는 경우도 많고 그런 경우엔 고스란히 민원으로 연결되고요. 요즘은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친구 목록에서 바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시대니까, 이걸 에피소드에 적용을 해본 거예요. 계약서 정보를 바탕으로 임대료부터 관리비, 구독 서비스, 피트니스 사용료 등 납부 관련 문제를 한번에 관리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겠죠. ‘개발’이나 ‘IT’같은 단어를 다 떼고 보면, 제가 하는 일은 결국 사용자 관점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점을 찾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이에요.
전략솔루션 PJT 팀의 PO를 맡고 있어요. 우리 회사 유일한 90년대생 팀장이시죠!
PO라는 직책은 Product Owner의 약자예요. PL(Project Leader)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권한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거로 알아요. 저희 팀에서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역량이 기획, 개발, 디자인 크게 세 가지인데, 이걸 하나로 묶어서 ‘Product Team’이라고 보면 PO가 일종의 대표 역할을 하는 거예요. 회사 안의 미니 사업체 같은 개념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PO로서 독자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탑 매니지먼트를 설득하고, 리소스도 직접 확보해요.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보통 창업의 계기가 ‘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 내지는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내 아이디어로 해결해 주겠다’라는 마인드로 시작되거든요. 저희 프로젝트도 그러한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어서 스타트업적인 속성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도 창업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첫 창업이 고등학생 때였어요. 정부에서 개최하는 창업 육성 캠프에 참여하면서 발을 들였고 법인도 설립해 운영을 했었죠. 당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하던 시기였는데, 웹사이트를 애플리케이션으로 변환해 주는 일을 했어요. 주로 쇼핑몰 같은 데서 일을 받았고, 창업진흥원 등 정부 과제도 더러 있었어요. 그땐 학생이다 보니 월급 가져갈 정도만 돼도 마냥 좋았어요. 하지만 이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나?’ 자문했을 때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2017년부터 작년 입사 전까지는 ‘셰어킴’이라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 플랫폼을 운영했어요. 서울 후암동에서 시작해 지점을 13개까지 늘릴 만큼 성장했죠. 저는 기술 개발 책임으로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일했는데 사실 그 외에도 온갖 일을 다했어요. 입주자 민원도 받고, 월세도 수금하러 다니고. 심지어 공용 밥솥 들고 도망가신 분 찾으러 쫓아간 적도 있었죠.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라 남성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어느 날 입주자가 몰래 창문으로 방에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 거예요. 입주자들도 난리가 나고 경찰까지 와서 수사를 했죠. 하지만 여성 전용은 운영 방침일 뿐이라 실제로 법적 처벌은 할 수 없더라고요. 여기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풀자면 끝이 없어요. 어쩌면 제가 에피소드 CM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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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선 컴퓨터 공학을, 대학원에선 IoT(무선통신)를 공부했죠. 컴퓨터 전공자들의 전형적인 진로와는 조금 다른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특별히 주거 공간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었어요?
셰어하우스 창업 전에 과일 가게를 한 6개월 정도 운영했어요. ‘파지’라고 불리는 상품성이 낮은 과일을 활용해 컵과일을 만들어 팔았죠. 아는 분이 가락시장에서 과일 도매를 하셔서 과일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거든요. 마침 ‘주씨’라는 주스 브랜드가 한창 유행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어느 날 가게를 자주 찾던 한 고객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같이 살 룸메이트를 찾는다는 거예요. 일본에서 2년 정도 살았을 때 본인이 경험했던 셰어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죠. 듣다 보니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국내 셰어하우스 현황에 대해 조사를 해봤는데 유일하게 ‘우주Woozoo’가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였어요. ‘아, 여기가 기회의 땅이로구나.’ 느낌이 왔죠. (웃음) 당시 미군 기지가 철수하고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에 고급 주택들이 많이 비어 있었어요. 미군이 거주할 때 월세를 360만 원 정도 받다가 한국 시세에 맞추니 180만 원 정도밖에 안되는 집이 있었는데, 임대인에게 제안을 했어요. ‘이 집을 셰어하우스로 전환해 위탁 운영을 해보겠다, 대신 수익은 미군 거주 때의 70~80% 정도로 맞춰보겠다.’ 그렇게 시작을 했고 운영은 성공적이었어요. 8세대에 40만 원씩 월세를 320만 원까지 만들었으니까요. 그걸 발판 삼아 2호점, 3호점을 냈죠.
흥미진진힌데요. 그 회사는 어쩌고 지금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된 거예요? (웃음)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났어요. 입주자 절반이 중국인 학생들이었거든요. 그 수요가 사라지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예 사업을 접으려다가 AI 기반으로 부동산 시세를 추정하는 서비스로 업역을 피봇했어요. 기존의 시세 추정 업체들이 적정 매매가를 추천하는 서비스라면 저희는 아예 대출 등에 필요한 감정 평가를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대지나 건물 별로 개발 수익을 예상하는 서비스를 은행 PB센터에 공급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회사의 방향성이 처음과 달리 중개 기반으로 가다 보니 제 역할이나 제가 추구하는 바와 거리가 생겨서 또다시 창업을 고민을 하던 시점에, SK디앤디를 만났어요. 이미 에피소드를 잘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더 규모가 큰 공간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경험이 연결 고리가 되어 빌의 현재를 만든 것 같아요. 어느덧 입사한 지 1년이 넘었죠. 그간 일하먀 기억에 남거나 성취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요?
올 2월, 전체 임원분들을 모시고 에피페이 사업 계획을 보고드렸어요. 무모한 계획일 수도 있고, 회사에서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이라 걱정이 많았죠. 부동산 회사에서 프롭테크proptech도 아니고 핀테크fintech를 하겠다니 좀 뜬금없을 수도 있잖아요. (웃음) 우려와는 달리 일단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 말씀들에서 큰 동기부여를 얻었어요.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입사 직후 에피소드 수유에서 한 달 살기를 했는데, 그때의 기억들도 참 소중해요. 당시 지하에 임시로 메타 스페이스 본부 태스크 포스가 있었거든요. 엘리베이터 타는 것만으로 출퇴근이 되는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었죠. 또 그때 만난 입주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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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업무에 반영된 사례도 있나요?
먼저 ‘에피버스’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피버스는 입주자끼리 소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예요. 지점 간에 벽을 허물고 소모임 개설 기능을 추가하면서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죠. 현재 구의 웰츠에만 적용이 되어 있는데, 앞으로 에피소드 용산이 문을 열면 본격적으로 전 지점에 적용할 계획이에요. 앞서 언급한 ‘에피페이’에 대한 아이디어도 그때 나왔어요. 불만이 가득 찬 입주자가 한 명 있었거든요. ‘고시원도 카드 결제가 되는데 왜 월세 100만 원짜리가 카드 결제가 안 되느냐’라며 따지듯이 몰아붙이시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런 거예요. 물론 수수료 문제도 간과할 순 없지만 하다못해 돈을 더 내서라도 카드 결제를 하겠다는 입주자가 있다면 그건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도 있잖아요.
에피페이 정식 출시는 언제쯤이에요?
작년 9월에 기획을 시작해 올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는데, 이제 곧 개발을 마무리해서 내부 테스트를 거칠 계획이에요. 아마 입주자들은 11월 청구분부터 에피페이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11, 12월은 프로모션을 하고 내년부터는 모든 시스템을 에피페이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요. 우선 현재로서는 사용 대상이 엣피들이지만 나중에는 전 국민으로 확대해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금융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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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죠. 일할 때 빌만의 리추얼이나 도구가 있나요?
커피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에 세 잔 정도 마시니까 거의 달고 살거든요. 이제는 오히려 안 마시면 잠이 안 올 정도? 가끔 팀원들하고 내기도 해요. 가위바위보나 사다리 타기를 해서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 사기 같은 거요. 서너시쯤 졸릴 때 하면 잠도 깨고 능률도 오르죠. 팀원들이 다 공돌이들이라서 최대한 공평하게 사다리 타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스킬도 막 연구하고. (웃음)
왠지 비싼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도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박해요. (웃음)
물론 집에서는 그런 걸 쓰긴 해요. 다만 회사에선 외부 미팅이나 이동이 잦은 편이라 가방이 무거워지는 걸 피하려고 짐을 최소화해서 다녀요. 심지어 카드도 안 들고 다닐 정도니까요. 뭔가 기대에 부응할 만한 걸 소개하자면, 제 아이템 중에 좀 특이한 게 있긴 해요. 사정상 오늘은 못 들고 왔는데 600g 정도밖에 안 되는 초소형 노트북이에요. 일할 때 쓰진 못하고 가끔 미팅 갈 때 가져가죠. 그걸 들고 가면 처음 만나는 분들과도 한 10분은 거뜬히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수 있어요. 다들 신기해 해요.
회사 밖에서의 삶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평소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어요?
스쿠버 다이빙을 정말 좋아해요. 장비도 다 갖추고 제대로 즐겨요. 주로 울진으로 많이 가는 편인데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서 추석 전후로 한번 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여름 다이빙보다 겨울 다이빙을 더 좋아하는데, 물에 들어가면 주변 소리가 전혀 안 들리고 내가 숨 쉬는 소리밖에 안 들리거든요. 그게 정말 좋아요. 언젠가 얼음을 깨면서 하는 아이스 다이빙도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참, 최근에는 지인분 추천으로 골프도 시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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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는 더 나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ABCD(A Better Company D&D) 활동의 일환이에요. 빌이 생각하는 더 나은 회사, 좋은 회사란 어떤 곳인가요?
제가 사업을 할 때는 딱 두 가지에 집중을 했었어요. 하나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예요. 말하자면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거죠. 요즘 세대는 회사랑 나를 완전히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크거든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게 만들고 그 목표에 회사가 동의하면, 그다음부터는 잘 되고 있는지 체크만 하는 형태로 운영하려고 노력했었죠. 다른 하나는 ‘매일매일 출근하고 싶은 회사’예요. 누구나 어렸을 때 학교 가기 싫었던 적이 있잖아요. 그래도 친한 친구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으면 막 빨리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그런 것처럼 회사도 오고 싶은 곳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우선이라 항상 팀원들과 화목하게 지내려고 해요.
‘매일매일 출근하고 싶은 회사’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빌에게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떤가요?
일단 매일 출근 잘하고 있고요. (웃음) 우리 회사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대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스마트 오피스가 아닐까 싶어요. 입사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의 영상을 봤어요. 스마트오피스에서 팀장님 옆에 앉기 싫어서 자리 옮기고 그런 내용이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가 부럽더라고요. 와서 보니 우리 회사도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죠. 예를 들어 종로에서 미팅이 있을 때 판교로 다시 돌아와야 된다면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한데, 관훈 스마트워크센터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일하면서 시간도 아끼고. 또 만나는 분들 편의도 봐드릴 수 있어서 일하기에 편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사업 계획서 쓸 때 가장 첫 장에 들어가는 게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에요. 시장 규모나 현황 같은 건 그다음 이야기죠. 아무리 좋아 보이는 서비스나 개발도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으로 시작해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습관처럼 에피페이를 이용하게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주거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통계상 400만 가구가 월세 생활을 하고 있대요. 그중 절반 이상이 에피페이를 쓰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지금 저와 우리 팀의 현재 목표입니다.
글. 써니(김윤선)
사진. 최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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